미 연준, 기준 금리 0.5% 인하로 시장 금리도 내려갈 듯
기업간 M&A 활기…바이오·AI·재생에너지 산업 투자 확대 전망

미 연준이 기준 금리를 인하하면서 산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 연준이 기준 금리를 인하하면서 산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테크월드뉴스=김승훈 기자]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지난 9월18일(현지시간) 약 4년 만에 기준 금리를 0.5% 인하하면서 산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연준이 기준 금리를 내리면 시장 금리도 낮아지므로 당장 대출 이자가 줄어든다. 즉, 기업의 비용 지출이 줄어들어 수익성이 개선되고 신규 자금 유치도 용이해져 투자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소비재 산업보다 오랜 연구개발 기간이 필요한 바이오텍이나 스타트업 등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바이오, AI, 재생에너지 등 첨단 산업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지개 켜는 인수합병 시장… 퀄컴, 인텔 인수 타진
금리가 인하되면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것은 인수합병(M&A) 시장이다. 자금 조달 비용이 낮아지면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의 몸집을 불리려는 시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기업간 인수합병은 관련 시장의 성장과 변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구글이 지난 2006년 유튜브를 16억5000만달러에 인수하면서 동영상 공유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했고 2012년에는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약 10억달러에 인수해 소셜 미디어 생태계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휴대폰용 반도체 업체 퀄컴이 인텔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며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아직 검토 단계이지만 퀄컴이 인텔을 인수한다면 반도체 업체 간 M&A로 최근 수년 만에 최대 규모가 예상된다.

스마트폰 반도체 선두주자 퀄컴이 인텔을 인수한다면 모바일 반도체 중심인 사업을 PC, 서버 반도체로 확대하고, 인공지능(AI) 반도체 부문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엔비디아의 아성에 도전할 수는 없더라도 AMD, 브로드컴 등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역량을 키울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국내에서도 반도체 특수가스 분야 세계 1위 기업 SK스페셜티와 산업용 가스 기업 에어프로덕츠코리아 등이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SK스페셜티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 과정에서 쓰이는 삼불화질소(NF3), 육불화텅스텐(WF6), 모노실란(SiH4) 등 특수가스를 생산해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요 반도체 또는 디스플레이 제조사에 공급하고 있다. 생산능력은 연간 1만3500톤 수준으로 세계 1위로 평가된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는 시장에서 인수가가 5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에어프로덕츠는 국내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 다양한 산업군에 산소와 질소, 아르곤 등을 공기분리장치(ASU)로 정제한 산업용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2차전지 분리막 업체 SK아이이테크놀로지(SK IET)도 지분 매각 수순을 밟고 있다. 보통 분리막의 내열 한계는 160℃이지만 SK IET는 최근 350℃ 고온에서도 손상이 생기지 않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고내열성 분리막을 개발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현재 계획으로는 2028년부터는 미국 내에서 분리막을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전경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전경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텍, R&D 투자 여건 개선되며 신약 개발에 유리
금리가 내려가면 바이오텍 기업에게도 유리한 환경이 된다. 신약 개발 등 바이오 분야는 미래 가치를 보고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금리가 상승하면 이자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저금리 상황에서 자금 조달이 용이해지면 시설투자나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신약이나 신제품을 시장에 출시할 여력을 확보하게 된다.

실제로 미 연준의 금리 인하 발표 후 국내 바이오텍은 설비 투자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중국 바이오 기업을 제재하기 위해 생물보안법을 통과 시키면서 국내 기업들의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신규 공장을 증설하기로 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 용지에 총 7조5000억원을 들여 3개 공장을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다.

종근당홀딩스의 자회사 경보제약은 지난달 항체-약물 접합체(ADC) 공장 신설에 나섰다. 2026년 말까지 해당 공장에 854억6000만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R&D) 투자도 전년보다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셀트리온은 전년 보다 37.3% 증가한 2067억원을 투입해 10대 제약바이오사 중 유일하게 2000억원을 넘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대웅제약도 각각 1770억원, 1188억원을 투자하며 20% 안팎의 증가율을 보였다.

금리 인하로 R&D 투자에 더 많은 자본이 투입될 수 있게 된 만큼 국내 바이오텍의 글로벌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AI 투자 확대 전망… 데이터센터 건립에도 탄력
최근 수익성 논란으로 주춤하고 있는 AI 산업도 다시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지난 2분기 AI 기업에 대한 VC(벤처캐피털) 투자가 회복세를 보였는데 금리가 인하되면 관련 투자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KPMG가 9일 발간한 '2024년 2분기 VC 투자 동향'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VC 투자 금액은 943억달러를 기록하며 최근 1년 사이 가장 많은 수준을 나타냈다.

특히 AI 분야에 대한 투자가 집중됐다. 북남미 지역에서는 코어위브와 xAI를 비롯 스케일AI가 10억달러, 알파센스가 6억5000만달러의 벤처투자를 유치했다.

유럽에서는 영국의 자율주행 스타트업 웨이브(Wayve)가 10억달러, 프랑스의 AI 언어 모델 개발기업 미스트랄AI가 6억5000만달러를 유치했다. 독일 AI번역서비스 딥엘도 3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생성형 AI 등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확충도 이전보다 용이해져 AI 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움직임이 보다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화큐셀이 2021년 완공한 미국 텍사스주 168MW 규모 태양광 발전소 [사진=한화큐셀]
한화큐셀이 2021년 완공한 미국 텍사스주 168MW 규모 태양광 발전소 [사진=한화큐셀]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최대 수혜
금리 인하의 최대 수혜는 재생에너지 산업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금리 인하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경제성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그동안 보류되었던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들은 대개 초기 투자 비용이 막대하고 자금의 상당 부분이 부채로 조달되기 때문에 금리 변동에 매우 민감하다. 이에 금리 인하로 인해 자금 조달 비용이 감소하면서 경제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가 해상풍력, 육상풍력, 태양광 순으로 가장 큰 혜택을 줄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김주형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그간 해상풍력 기업은 그간 높은 원자재 가격과 자재 조달의 어려움, 금리 인상 등의 요인으로 수많은 프로젝트가 중단된 바 있다"며 "다만 최근 원자재 가격이 하향 안정화되고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짐에 따라 중단됐던 해상풍력 프로젝트들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 최우선적 수혜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는 2030년 해상풍력을 통해 연간 30GWh의 전력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2028년까지 최대 12건의 해상풍력 개발권을 추가로 경매에 부칠 예정이다.

씨에스윈드나 SK오션플랜트 등 국내 기업들은 풍력발전타워,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등의 기자재 시장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미국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이 기대된다.

일찌감치 미국 시장에 투자를 늘려 온 한화큐셀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개별 가정이 자기 부담으로 발전 장비를 설치하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주택용 태양광 패널 설치에 약 3만달러의 자금이 필요해 대부분 소유주들은 대출을 받는다. 즉, 금리 인하는 주택용 태양광 설치 수요 증가 요인이 된다.

한화큐셀은 지난 4월 미국 조지아주 카터스빌 공장을 가동하며 미국 내 모듈 생산능력을 단일 회사 기준 최대 규모인 연간 8.4GW로 끌어올린 상태다. 금리 인하로 태양광 설치 수요가 살아난다면 이는 매출 상승으로 이어진다.

미국 내 환경도 한화큐셀에게 유리하게 변하고 있다. 그간 중국 태양광 업체들이 동남아시아에 태양광 패널 공장을 짓고 모듈만 생산하는 방식으로 대중 관세를 우회하면서 미국 내 점유율을 올린 탓에 한화큐셀은 적자에 시달렸다.

하지만 미국 상무부가 이를 제재할 움직임을 보이자 중국은 동남아시아에 공급하는 물량을 절반 이하로 줄였다. 중국 업체가 차지하던 공급 물량 상당 부분이 한화큐셀 몫이 될 가능성이 커 이르면 연내 흑자 전환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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